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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Poem] 시를 써도 되겠는가(류시화)

by la mancha 2025.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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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써도 되겠는가(류시화)



세상의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미워하는 이곳에서

시를 써도 되겠는가

신마저 자신을 편애하는 이들에게만 문을 여는 이곳에서

양탄자 짜는 사람처럼 구부정하게 앉아

희망은 절망의 다른 이름이라고

운율 고심하며

시를 써도 되겠는가

모국어의 나라에서 태어나

혀 끝에 투쟁의 단어 올려놓는 법부터 배우며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인가

서로의 색깔 물으며 금을 긋는 시대에

진실을 알고 있는 척하는 사람들이

내 침묵 오해할까 고뇌하며

나무 아래서 주운 새 키우듯

그리움의 언어로

시를 써도 되겠는가

삶이 내 손등에 손을 올려놓을 때

낯익은 것은 낯설음뿐인 이곳에서

아침마다 꿈이 눈꺼풀에서 떨어져

발 아래 부서지는 이곳에서

시여, 내가 투사가 아니어서 미안하다 말하며

오갈 데 없는 단어 하나씩 주머니에서 꺼내

그럼에도 삶이여

신성하다, 신성하다 반어법으로 말하며

시를 써도 되겠는가









<류시화 시인 소개>

류시화(본명 안재찬, 1958년 충북 옥천 출생)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번역가, 명상가입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아침'으로 등단했습니다. 1980~1982년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본명 대신 '류시화'라는 이름으로 명상서적 번역과 저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주요 활동 및 작품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1991),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1996),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2012),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2022) 등.

산문 및 번역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성자가 된 청소부》 등 80여 권에 이르는 저서와 번역서를 출간했습니다.

명상가로서의 행보: 1988년부터 미국과 인도 등지의 명상센터에서 생활하며 인도 대표 명상가 라즈니쉬의 주요 저작을 번역하고, 매년 100여 권의 명상서적을 원서로 읽는 독서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시 세계와 평가
류시화 시인은 신비주의적이고 내면지향적인 시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일상 언어와 쉬운 구문을 통해 신비로운 세계를 빚어내는 것이 그의 시의 특징으로 꼽힙니다.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으나, 문단에서는 그의 시가 대중의 심리에 부응한다는 이유로 비판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집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라디오 낭송 등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활동
2022년에는 10년 만에 신간 시집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을 출간하며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요약
류시화는 한국 현대시에서 대중성과 명상적 깊이를 동시에 갖춘 독특한 시인으로, 시와 산문, 번역, 명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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